김현종은 한국 외교사에서 드물게 다양한 다자외교 무대를 경험한 실전형 협상가입니다. 그는 UN과 WTO 같은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목소리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고, 협상의 기술과 외교 전략을 현실 속에서 체득한 인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김현종이 다자외교 현장에서 어떻게 활동했는지, 그의 협상 철학과 성과를 중심으로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UN 외교 현장에서의 경험과 교훈
김현종은 주유엔대표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면서 국제 안보, 개발, 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의 파병 문제, 북핵 이슈에 대한 국제 공조 형성 관련해 UN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발언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는 북한의 제6차 핵실험(2017년)을 전후로 UN 내 대북제재 결의안 논의가 이뤄질 때, 비공식 경로로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의하여 한국의 안보 우려와 입장을 전달하며 결의안 2375호 채택 과정에 간접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회의에서는 한국의 ODA(공적개발원조) 확대 정책을 소개하며, 개발도상국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회의장에서 "한국도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만큼, 개발 파트너로서 신뢰받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고, 이는 다자 외교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김현종은 또한 당시 UN 대사를 보좌하며, 기후변화 협정 이슈에서도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의 보고서를 조정하고 실무 초안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WTO 협상장에서의 실전 외교
김현종은 2003년부터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어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실질적인 한국 측 수석대표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5년 홍콩 각료회의에서, 그는 농업 분야의 시장 개방 요구를 놓고 EU, 미국, 브라질 등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습니다. 특히 한국의 쌀 시장 개방 유예, 관세감축 유예 항목 확대 요구는 당시 한국 농민의 민감한 이슈였는데, 김현종은 이 협상에서 ‘개도국 특례조항’을 활용해 쌀을 예외 항목으로 두는 조건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협상장 밖에서는 인도, 아르헨티나 등 개도국 대표들과 비공식 조찬 회의를 자주 열어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고, ‘브릭스+한국’ 형태의 새로운 연대도 형성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다자간 협상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EU FTA 사전 협상 과정에서도 WTO 협상 경험을 살려, 서비스 시장 개방과 지식재산권 이슈에서 한국 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조항을 삽입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인해, 협상 과정에서 유럽 측이 요구했던 의약품 데이터 독점 기간 연장은 제한적으로 수용되었고, 한국의 제약 산업 보호에 기여했습니다.
한국대표로서의 외교 브랜드 구축
김현종은 ‘협상의 기술’을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로 연결시키는 전략적 프레임으로 확장시킨 인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미 FTA 협상(2006~2007) 당시, 미국 대표인 수전 슈왑(Susan Schwab)과의 여러 차례 마라톤 회담이 있습니다. 그는 농산물 개방, 자동차 세금, ISDS 조항 등 첨예한 쟁점들을 조율하며 미국 내 의회 청문회용 문안까지 사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 측의 '비관세장벽' 논리와 ‘스냅백 조항’ 압박에 대해 한국의 관세 체계와 무역규범을 분석해 반박함으로써, 협상력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영어 실력이 뛰어난 협상가로 알려진 게 아니라, 국가 이익을 외국 대표에게 납득시키는 고급 전략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실제로 협상 종료 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한국 협상팀의 전문성은 예상을 넘어섰다"고 평가했으며, 김현종 개인에 대해서도 “전문적이고 단호한 인상”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후 그는 국내에서도 외교 리더십 모델로 자리 잡아, 고위공직자 외교역량 교육 강의에서 협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으며, '현장형 외교관이 갖춰야 할 세 가지'로 “정보 수집력, 절제된 말하기, 결단의 순간 감각”을 꼽은 바 있습니다. 이는 외교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가져야 할 실전감각을 일깨워주는 지침으로도 회자됩니다.
김현종은 UN, WTO, FTA 등 국제 다자무대에서 외교 실전의 ‘디테일’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복잡한 국제 규범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현장에서 그는 항상 전략과 논리로 승부하며, 한국 외교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외교와 통상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김현종의 활동 사례를 통해 실전 외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깊이 있게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 진짜 실력입니다.